동시대 미술부터 한국적 공예까지, ARCV가 선정한 '10월의 필수 전시 5’


ARCV가 제안하는 10월 전시 가이드 '일단 여기부터'
선선한 바람과 함께 깊어가는 가을, 예술적 감성을 깨우고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채워줄 10월의 필수 전시 라인업을 소개합니다. 이번 달 ARCV 에디터는 전통과 현대, 기술과 미디어, 신체적 서사와 조각적 실험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시선의 전시 5편을 엄선했습니다. 서울공예박물관부터 서울시립미술관, 호암미술관, PS CENTER, 그리고 창원조각비엔날레까지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흥미진진한 아트 맵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감각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나만의 예술적 취향을 발견하고 싶다면, ARCV가 제안하는 10월 전시 가이드 '일단 여기부터' 시작해 보세요.
📌 10월 ARCV 월간 전시 미리보기 3가지 포인트
전통과 현대의 감각적 유연함: 한국 전통 무늬를 현대적 생활 기물과 공간으로 확장한 장응복의 공예전과, 언어 너머의 신체성과 이해의 공백을 다루는 구나 작가의 개인전
동시대 미디어 아트와 국제적 모색: 미디어 아트의 거장 린 허쉬만 리슨의 60년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회고전 및 아시아 동시대 미술의 다성적 주파수를 다루는 호암미술관 2026 아트스펙트럼
도시와 조각의 공명: 서울을 넘어 창원시 전역 5개 공간에서 펼쳐지는 국내 유일의 조각 비엔날레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서울공예박물관 제공
1. 서울공예박물관 《에퀴녹스: 추분_춘분》
한국 전통문화에 담긴 문양과 자연의 모티프를 현대적 텍스타일과 공간 언어로 재해석해 온 장응복 작가의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전시입니다. 모노콜렉션을 이끌며 40여 년간 한국적 미감을 탐구해 온 작가는 나주 쪽염, 전주 지우산 등 전통 공예 장인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예의 실용성과 예술성을 가구, 패브릭, 공간으로 넓혀왔습니다.
'에퀴녹스(Equinox)'는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절기인 추분과 춘분을 의미하며,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 쓰임과 관조가 균형을 이루는 시점을 가리킵니다. 종이, 나무, 쪽염 등 자연 소재의 질감을 살려 구성된 대형 패브릭 설치와 가구들은 공예가 박물관의 진열장에 갇힌 유물이 아닌, 우리가 숨 쉬고 생활하는 삶의 공간 속으로 유기적으로 침투할 수 있음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전시 기간: 2026.09.22 – 2027.03.07

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린 허쉬만 리슨: 나의 [나]들》
미국의 원로 여성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영화감독인 린 허쉬만 리슨(Lynn Hershman Leeson, 1941-)의 60여 년 예술 여정을 아우르는 아시아 최초의 미술관 개인전입니다. 작가는 1960년대부터 사이보그, 인공지능(AI), 생명공학, 가상현실 등 신기술이 인간의 정체성과 여성의 주체성, 그리고 사회적 구조에 미치는 비판적 영향력을 가장 선구적으로 다뤄왔습니다.
특히 1970년대 진행된 그의 대표적 가상 자아 프로젝트 '로베르타 브렌모어(Roberta Breitmore)'를 비롯하여, 매체와 신체의 경계를 허무는 인터랙티브 설치 및 영화 작업이 대거 소개됩니다. 디스토피아적 기술 문명 속에서 주체로서의 '나'가 어떻게 해체되고 파편화되며 다시 재구성되는지, 동시대 예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날카롭고도 감각적인 질문을 선사합니다.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전시 기간: 2026.10.21– 2027.02.21

ARCV 촬영
호암미술관 《방이 있고 모든 라디오가 각기 다른 주파수를 향하고 있다》
호암미술관과 프랑스 파리의 세계적 동시대 미술 기관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가 공동 기획한 《2026 아트스펙트럼》 전시입니다. 단일한 서사나 특정한 국가적 정체성으로 획일화되지 않는 아시아 여러 지역 작가들의 다성적(Polyphonic) 실천과 예술적 주파수를 조명합니다.
전시 제목처럼 한 공간에서 저마다의 주파수를 송출하는 다양한 라디오처럼, 시각예술·건축·사운드·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작품들이 호암미술관 내부 전시장과 야외 정원 희원을 아우르며 펼쳐집니다. 동시대 아시아의 역사적 상처와 기후 위기, 그리고 이종적인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예술적 연대의 가능성을 깊이 있게 다룹니다.
장소: 호암미술관
전시 기간: 2026.09.01– 2026.12.27

PS CENTER
PS CENTER 《파치 과일과 자비》
을지로의 대안적 전시 공간 PS CENTER에서 열리는 구나(GuNa) 작가의 개인전입니다. 작가는 언어와 정형화된 기호로 다 담아내기 힘든 신체적 경험,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해의 공백'을 조각적 재료와 입체 설치로 visualising(시각화)해 왔습니다.
전시 제목에 쓰인 '파치 과일'은 흠집이 나거나 모양이 이그러져 정규 상품에서 제외된 과일을 뜻합니다. 작가는 완성도와 완벽함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에서 비켜선 불완전한 신체와 사물, 그리고 그 흠집을 마주할 때 생겨나는 미묘한 연민과 '자비'의 감각을 섬세한 재료의 질감과 조각적 구조로 변주합니다. 언어 이전의 감각을 직조해 내는 독창적인 시각적 서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장소: PS CENTER
전시 기간: 2026.10.08– 2026.11.07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제공
5.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명장》
국내 유일의 조각 특화 비엔날레로, 2026년 본전시는 '공명장(Resonance Field)'을 주제로 개최됩니다. 조각이라는 매체가 가진 물질적 한계를 넘어 도시 환경, 소리, 그리고 관람객의 신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공명하는지를 탐구합니다.
국내외 74개 팀(81명)의 작가가 참여하며, 페드로 레이애스의 공기 주입식 대형 조각 <제로 뉴크스>를 비롯해 성산아트홀, 마산어시장, 진해역 등 창원시 전역 5개 거점 공간에 작품이 설치됩니다. 미술관이라는 물리적 벽을 뛰어넘어 마켓, 역사, 도로 등 시민들의 일상적 삶의 터전 속에서 조각 예술이 울려 퍼지는 역동적인 현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장소: 창원 시내 일대 5개 공간
전시 기간: 2026.09.30-2026.11.15
🍁 10월 전시, 이렇게 조합해보세요!
이번 10월, 나만의 감상 목적과 동선에 맞춰 예술적 영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3가지 큐레이션 조합을 제안합니다.
💡 A. 새로운 시각이 필요할 때: 기술과 동시대 미술의 언어를 함께 관조하는 길
▫️ 린 허쉬만 리슨 × 2026 아트스펙트럼
AI, 가상 자아, 미디어가 다루는 인류의 정체성을 60년간 파헤쳐 온 린 허쉬만 리슨의 담론과, 호암미술관이 제시하는 동시대 아시아 작가들의 다성적 주파수를 교차해 보는 전시 조합입니다. 기술 문명 속에서 예술이 어떻게 시각적 대안을 제시하는지, 첨단 매체와 동시대미술의 지형도를 한눈에 파악하고 싶은 분들에게 탁월한 통찰을 선사합니다.
💡 B. 취향을 넓히고 싶을 때: 재료와 사물, 공간이 선사하는 감각적 경험
▫️ 에퀴녹스 × 구나 개인전
장응복 작가가 선사하는 한국적 패턴과 패브릭, 가구의 따뜻한 조형미를 감상한 뒤, 을지로 PS CENTER에서 구나 작가가 조각으로 재구성한 언어 이전의 신체성과 질감을 마주하는 전시 조합입니다. 사물과 재료가 가진 촉각적 미학을 경험하며 시각적 취향의 결을 한층 풍성하게 가다듬을 수 있습니다.
💡 C. 서울의 전시만으로는 부족할 때: 작가 한 사람의 깊이와 지역 비엔날레의 공간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 구나 개인전
대안공간에서 전해지는 구나 작가의 밀도 높은 조각적 시선과, 창원시의 마산어시장 및 도시 공간 전역을 조각의 울림으로 채우는 비엔날레의 거대한 스케일을 대비하여 감상하는 아트 트립 코스입니다. 개별 작품이 가진 밀도 있는 서사와 도시 전체로 확장되는 미술의 공명장을 동시에 경험하며, 10월 예술 기행의 정점을 경험해 보세요 .
더 깊이 있는 전시 리서치와 감각적인 컬처 디렉토리는 ARCV(thearcv.com)에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
글: ARCV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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